(르포)할퀴고 찍힌 어머니의 품

모후산, 인재·자연재해로 곳곳 붉은 속살 드러내

화순매일신문 | 기사입력 2013/03/17 [20:09]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르포)할퀴고 찍힌 어머니의 품

모후산, 인재·자연재해로 곳곳 붉은 속살 드러내

화순매일신문 | 입력 : 2013/03/17 [20:09]

 

 

모후산(母后山·919m).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모후산에 머물다 떠나면서 어머니의 품안과 같이 따듯한 산이라 칭했다는 곳.

그 어머니의 품이 자연재해와 인재로 시름시름 앓고 있다. 태풍에 할퀴고 인간의 삽질에 갈기갈기 찍혀 포근함과 여유는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모후산을 찾았다. 유마사~용문재~정상으로 가는 등산로를 택했다. 따뜻한 햇살과 함께 유마사에서 시작한 산행은 산의 여유로움을 맞볼 수 있었다. 가파른 등산길을 따라 용문재를 600m 남겨놓은 지점부턴 지난해 불어 닥친 태풍 볼라빈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등산로 주변 대부분의 나무가 부러지거나 한 방향으로 쓰러졌고 뿌리체 뽑힌 나무도 쉽게 눈에 띄었다. 이 주변은 마치 집중 폭격을 당한 듯 피해가 심각했다.

태풍이 지나간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복구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붉은 잎으로 변한 나무들이 여기저기 널 부러져 있었다.

등산로를 가로막은 나무만 잘라냈을 뿐 앙상한 뿌리를 드러낸 아름드리나무들이 곳곳에 뒹굴고 있는 것.

 

특히 쓰러진 나무들로 인한 피해도 예상된다. 물길을 덮고 있는 나무들이 아직까지 그대로 방치돼 있어 자칫 집중호우로 인한 2차 피해 등도 예상되고 있는 것.

등산로 곳곳도 파헤쳐지고 휩쓸려 잘렸지만 복구의 손길은 닿지 않은 듯 했다.

태풍이 할퀴고 간 상처를 그대로 안고 있어 등산객들이 위태롭게 등산로를 건너거나 우회하는 등의 피해로 이어졌다. 관광객 300만을 유치한다던 화순군의 구호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등산객들의 쉼터로 사랑받던 용문재는 건설장비와 각종 건설자재들의 차지였다. 특히 건설자재들이 내뿜는 메케한 냄새는 등산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용문재에서 바라본 능선은 한숨을 내품게 했다.

이곳에서 바라본 모후산 능선은 마치 거대한 철제 산성을 연상케 했다. 능선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모노레일 공사로 모후산은 이미 등허리가 잘리고 붉은 속살을 드러낸 채 신음하고 있었다. 이곳 모노레일은 도마치~용문재~정상까지 총 3,220m에 달한다.

모노레일 공사는 모후산 능선을 따라 정상까지 연결되는데 현재 일부구간은 모노레일이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모노레일을 설치하기 위해 6m가 넘어 보이는 임시도로가 모후산 능선을 따라 시원스럽게(?) 뚫려 있었다. 산을 깎고 바위를 깨 조성한 임도 주변 곳곳엔 흙과 발파석이 흘러내리는 등의 자연피해가 예상됐다.

용문재에서 정상까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널찍한 임도와 임시로 깔아 놓은 모노레일 등으로 곳곳의 바위와 능선은 붉은 속살을 드러냈다.

모노레일이 정착지인 정상부위엔 강우레이더 기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레이더 기지 주변의 피해도 만만찮아 보였다. 공사를 알리는 현장안내판은 넘어져 땅에 떨어진지 오래인 듯 보였고 모후산을 알리는 정상까지도 건설자재가 널려있어 등산객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강우레이더 기지는 공사를 멈춘 지 오래인 듯 기초와 연결된 철근은 붉은 녹물을 내뿜고 있었고 공사 관계자들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대형 크레인만이 우둑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특히 산 정상부에 위치한 공사 현장 주변은 발파석과 드럼통 등이 흘러내리는 등 자연피해로 이어지고 있었다.

정상에서 되돌아 본 공사현장은 참혹했다. 널찍하게 뚫린 도로와 잘려나간 바위 등의 상처는 아물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남북 양쪽으로 갈라놓은 이 공사는 자연훼손 뿐 아니라 동물들의 이동경로에도 지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양쪽으로 잘린 능선은 심한 곳은 5~6m 높이의 절벽이 생겼고 능선을 따라 모노레일이 조성돼 동물들의 이동을 막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중봉을 거쳐 철철 계곡으로 내려오는 길은 그나마 옛 향수를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태풍에 휩쓸려간 다리와 등산로 등이 아직까지 복구의 손길이 닿지 않아 산을 찾은 등산객들의 불편으로 이어졌다.

어머니의 품같이 포근하던 모후산은 이제 옛 기억 속에서나 되새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모후산은 전남에서 지리산(1915m)·백운산(1218m) 무등산(해발 1187m)에 이어 높은 산이다. 특히 정상에선 사방으로 전남지역의 온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오고 발아래로는 주암호 등이 펼쳐지는데다 조망이 좋을 때는 보성 득량만 장흥 회천 앞 바다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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