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민 발의 조례 거부할 명분 없다

의회, 주민 의견 수렴·대변이 존재 이유

화순매일신문 | 기사입력 2021/03/24 [08:01]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첫 주민 발의 조례 거부할 명분 없다

의회, 주민 의견 수렴·대변이 존재 이유

화순매일신문 | 입력 : 2021/03/24 [08:01]

화순군 첫 주민 발의 조례 개정안이 화순군의회로 넘어왔다. 군의회는 이번 245회 임시회에서 풍력발전시설과 마을과의 이격 거리 강화를 주요 골자로 하는 주민발의 조례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례개정안은 10호 이상 취락지역 부지 경계에서 현행 1200m2000m10호 미만 취락지역 부지경계에서 800m1500m 이내에 풍력발전시설 설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군의회에서 풍력발전시설과 마을과의 이격 거리는 수차례 논의된 바 있다. 거리 신설을 시작으로 개정, 재개정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화순군은 지난 20198월 풍력발전시설 조성 과정에서 주민과 사업자간 잦은 마찰과 민원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풍력발전시설과 마을과의 이격 거리를 신설하는 도시계획 조례안 일부 개정안을 발의해 10호 이상 2000m, 10호 미만 1500m라는 골격이 나왔다.

 

화순군 발의로 이격거리가 신설됐지만 10개월 여 만에 의원발의로 개정안이 올라와 수정 가결된 바 있다. 지난해 6월과 9월 의원발의의 개정안이 올라와 현재의 10호 이상 1200m, 10호 미만 800m가 시행되고 있다. 3개월 두 차례에 걸쳐 같은 의원이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의원이 불합리한 조례 개정을 위해 수십 번이건 나서는 것을 나무랄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두 차례의 개정안이 올라온 시기였다. 모 업체가 일부 지역에 풍력발전시설 조성을 계획한다는 소문이 파다한 시기에 의원이 나서 마을과 풍력발전시설과의 거리 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하는 것이 상식적인 행위인지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주민을 대변해야 할 의원이 거리 완화 카드를 꺼내면서 자칫 업자를 대변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격거리 논의는 신설을 시작으로 이번 주민발의 개정안 까지 8대 의회 들어 18개월 여 동안 4번째다.

 

풍력발전시설과 마을과의 거리는 주민과 사업자 모두에게 민감한 사안이다. 주민들은 내 집 앞이나 뒤에 풍력발전시설이 들어서 발생하는 각종 환경 문제를 내세워 반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거리에 따라 사업규모의 확대나 축소가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거리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어 주민과 사업자 모두 의회 판단을 주목하는 이유다.

 

이번 조례 개정안은 성격이 다르다. 불과 6개월 여 전에 거리를 조정했지만 그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는 주민 수천 명이 나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민조례 청구제는 주민의 직접참여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지난 1999년 도입된 뒤 화순에선 처음이어서 그 의미도 남다르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주민발의지만 자칫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신중한 토론과 논의 과정은 필요하다.

 

의회가 주민이 기대하고 원하는 것을 챙기는 것이 소명이다. 중앙정부의 주요 정책이라고 무작정 지자체가 받아들이는 시대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우리지역 실정에 맞지 않거나 주민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포기하는 것이 상식으로 통하는 시대다.

 

이번 주민 발의 조례 개정안도 비록 논의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주민들의 뜻과 거리가 있었다면 이에 맞추는 것이 의회와 의원의 선택지점일 것이다. 무엇보다 의회의 존재 이유도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대변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했으면 한다.

 

이번 선택에 따라 의원들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집회 현장에 내걸렸던 군민 편인가, 업자 편인가라는 노골적인 현수막 글귀를 곱씹어 봤으면 한다.

 

광고
이동
메인사진
포토뉴스
지리산국립공원 반야봉 상고대 ‘활짝’
이전
1/36
다음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뉴스
사설칼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