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 환승센터, 맹자에게 듣는다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행하는 노남자(魯男子)
당연히 지켜야 할 절차를 간과하는 화순군

김재근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2/12/22 [08:01]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화순군 환승센터, 맹자에게 듣는다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행하는 노남자(魯男子)
당연히 지켜야 할 절차를 간과하는 화순군

김재근 객원기자 | 입력 : 2022/12/22 [08:01]

푸른길 서당은 미능(未能) 김도수(金塗洙) 훈장의 훈도(薰陶) 아래 맹자(孟子)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한다. 김 훈장은 지난 19일 송년 모임에서 노남자(魯男子)로 올해 마지막 강론(講論)을 펼쳤다.

 

밤중에 여자가 문안으로 들어오기를 청한다면 방에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옳은가. 거절하는 것이 옳은가. 유하혜(柳下惠)와 노남자(魯男子) 이야기다.

 

유하혜는 춘추 전국시대 노(魯)나라 대부로, 맹자는 화()한 덕()을 가진 성인(聖人)이라고 칭송했다. 유하혜가 여행 중일 때다. 한파가 몰아치는 밤 어떤 여인이 방 앞에 와서 들어가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유하혜는 그녀를 그냥 두면 얼어 죽을까 염려되어 방에 들여 품에 안고 옷으로 덮어 주었다. 새벽이 올 때까지도 음심을 품지 않았다.

 

노남자는 혼자 사는 노(魯) 남자이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 이웃에 사는 과부가 집이 무너졌다면서 찾아왔으나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과부가 어찌 유하혜처럼 하지 않느냐고 했다. 남자는 유하혜라면 가능하지만 나는 불가능하다. 나의 불가능한 것으로써 유하혜의 가능한 것을 배우려 한다면서 끝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노남자가 거절하는 것은 예()의 상도(尙道)이고, 들어오게 하는 것은 예의 권도(權道)이다. 상도는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로 사람마다 다 행하는 도다. 권도는 성인(聖人)이 아니면 행할 수 없는 것으로 항상 경계해야 한다.

 

노남자는 지조(志操)를 지키는 것이 아직은 어려운데, 유하혜의 덕을 본받으려 하다가 방탕한 곳으로 빠져들어 스스로 헤어 나오지 못할까 두려웠던 것이다.

 

남녀가 있는 후에 사람의 도리가 생겼다. 만약 남녀가 그 바름을 지키지 못하면 크게 도를 어지럽히게 된다. 노남자의 일을 본받음이 옳다. 잠시 인정 없어 보일지라도 상황판단이 애매한 순간을 당하여 마음도 몸도 보존할 수 있는 지혜이다.

 

지난 159대 의회 들어서 첫 군정 질문이 있었다.

 

화순군은 화순읍 다지리 일원에 환승센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내년에 기본계획과 용역 등을 거쳐 2025년 정부의 복합환승센터 공모를 통해 국비 확보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2026년 착공하여 2027년 완공할 계획이다.

 

김지숙(진보당) 의원은 군비 100억 원이 투입되는 생활 편의시설로 군민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인지 물어야 한다타당성 조사는 물론 의견도 모으지 않은 채 토지매입이 우선시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민 의견을 취합하는 공론화 절차를 주장했다.

 

구복규 군수는 원칙적으로 지역(부지)을 지정해서 정부 계획에 반영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땅도 없이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맞서다 “(공청회를)나중에 하겠다고 물러섰다.

 

김 의원은 구 군수의 권도를 지적했다. 땅을 사지 말라는 것도, 계획을 수립해서 안 된다는 것도 아니다. 군민의 의견을 먼저 들으라는 얘기다. 땅값이 오를 것을 대비해서 땅을 사놓는다는 주장도 억지다. 집을 먼저 짓고 형편이 되면 설계도를 만드는 격이다. 앞으로 많은 사업을 할 수 있으니 화순군 관내 모든 땅을 다 사두겠다는 말로 들린다.

 

땅값이 오를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다수는 일인보다 현명하다. 공청회를 거쳐 원안에 이어 대안까지 마련해두면 모든 일이 투명해지고 토지매입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화순군만의 일이 아니다. 국가가 사업을 할 때도 먼저 국민에게 의견을 물은 후 타당성 조사를 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옷에 몸을 맞추는 잘못을 저질러서야 하겠는가.

 

남녀 사이만이 아니다. 사람의 일은 모두 도리가 있다. 정책을 실행하면서 오류를 최소화하고자 마련한 안전장치가 공청회다. 이것이 상도다. 잘못된 판단으로 시행된 일은 큰 비용과 시간을 낭비한다. 이를 방지하려는 경험의 산물이자 사회적 합의임을 잊어선 안 된다.

 

상도를 따르지 않고 권도를 행하는 것은 소인배(小人輩)나 하는 일이다. 대인배(大人輩)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노남자는 유하혜의 덕을 따르려고 여자를 방에 들이지 않았다. 환승센터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매사에 상도를 따를 때 군민은 행복하다. 맹자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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