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세요, 福듬뿍 담아 드립니다

‘수다줌마’의 화순이야기…송단마을의 복조리 이야기

화순매일신문 | 기사입력 2023/02/01 [08:01]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복사세요, 福듬뿍 담아 드립니다

‘수다줌마’의 화순이야기…송단마을의 복조리 이야기

화순매일신문 | 입력 : 2023/02/01 [08:01]

  © 화순매일신문


화순을 이야기하는
수다줌마입니다. 오늘은 화순군 백아면 송단마을로 복 받으러 가겠습니다.

 

정월 초하루, 집안에 조리를 걸었습니다. 몇 개를 한데 묶어 방 귀퉁이나 부엌에 매달아 두고 복이 듬뿍 담기기를 기원했습니다. 행여 내 복을 다른 집에서 가져갈까 봐 집집마다 빠지는 집이 없었습니다. 복을 가져다준다고 하여 복조리라고 불렀습니다.

 

초하루 전날 밤부터 초하루 아침 날 사이에 사서 걸어 놓으며 한해의 복을 기원합니다. 하지만 조리 장수는 아침부터 팔기 시작합니다. 해는 짧고 갈 곳은 많기 때문입니다. 이 동네 저 동네 복조리 사라고 외치며 돌아다니다 보면 짧은 겨울 해가 야속합니다. 밤에 자다 말고 일어나서 사야 하는 일도 많습니다. 초하루 이른 아침까지도 복조리 장수는 바쁩니다.

 

조리는 쌀을 이는 도구입니다. 요즘이야 기술이 좋아 쌀에 돌이 섞일 일이 없지만 예전에는 쌀을 씻고 난 다음 자잘한 돌 같은 이물질을 걸러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생활필수품이었습니다. “그 해의 행복을 조리와 같이 일어 얻는다는 의미의 풍속도 그래서 생겼을 것입니다, 요즘은 본래 역할은 사라지고 '복이 들어오는 조리'라는 뜻의 '복조리'로만 사랑을 받습니다.

 

화순군 백아면 송단리는 복조리 마을입니다. 민속공예를 만드는 마을로 지정되어 복을 짓고 복을 보내는 일을 합니다. 화순 8경의 하나인 백아산의 서쪽 기슭에 자리 잡은 산골동네입니다. 곡성군 옥과에서 화순군 동복 방면으로 가는 큰길에서 산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지요.

 

이 마을이 명성을 지켜온 것은 백아산의 산죽(山竹) 덕분입니다. 지금은 숲 가꾸기 사업 탓에 많이 줄었지만, 당시만 해도 산죽이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1020년 전만 해도 모든 집이 복조리를 만들어서 해마다 10만 개까지 만들었다고 합니다. 밤새 아이들까지 나서 만들어도 주문량을 맞추지 못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취급하는 기업체나 중간상들이 먼저 돈을 가져다주고 물건을 기다릴 정도였다고 하니 짐작이 갑니다. 만드는 기술은 대를 이어 그 전통이 100년 넘게 이어져 오는 곳도 있다고 알려집니다. 지금도 음력 10월이 오면 만들기 시작합니다.

 

복조리 제작 과정은 만만치 않습니다. 산에서 산죽을 베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해에 새로 돋은 것만을 베어 씁니다. 산죽을 베어다 삶아 하루쯤 햇볕에 말려 껍질을 벗깁니다. 이것을 네 가닥으로 쪼개서 물에 반나절 정도 담가둡니다. 예전엔 도랑물에 담갔다고 합니다. 물에 불어야 댓살이 부드러워져 작업이 한결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그다음 한 줄씩 씨줄 날줄로 엮습니다. 조리 형태를 만들고 자루를 만들면 완성됩니다.

 

만드는 일은 겉으로야 쉬워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다리와 허리가 저리는 중 노동입니다. 댓살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한쪽 무릎을 세워 시종 발로 눌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몸이 비틀어지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금세 옆구리가 결리고 목이 뻣뻣해집니다. 댓살을 이리저리 끼우다 보면 손끝도 까칠해집니다. 손바닥에 깡이 박히는 것도 시간문제입니다.

 

그래도 복조리 덕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먹고 살았으니, 복을 주는 조리라는 이름은 잘 지었습니다. 큰 밑천 들이지 않고 자연이 준 선물에 노동만 더하여 짭짤한 소득을 보장해 주었으니 복덩이입니다.

 

식생활의 변화와 플라스틱 공급으로 조릿대로 만든 조리의 수요는 줄었지만 복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는 변함이 없습니다. 자자손손 이어져야 할 소중한 전통문화이니 만드는 기술은 계승되어야 마땅합니다.

 

조릿대를 선정하는 과정부터 완성되는 과정까지 정성을 다해야 복을 담을 완성품이 나온다고 합니다.

 

송단마을에서 50년 넘게 복조리를 만들어온 윤연숙(71) 씨는 산죽 작업 때 쓰는 칼을 귀하게 여겨 잠을 잘 때도 머리맡에 소중히 두고 잔다.”고 귀띔해줬습니다. 복은 쉽게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혹시 복조리를 걸으셨나요?

 

화순을 이야기하는 수다줌마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최순희 전남문화관광해설사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이동
메인사진
포토뉴스
지리산국립공원 반야봉 상고대 ‘활짝’
이전
1/36
다음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뉴스
사설칼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