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을 불러내면 색 바랜 표지판에 내려앉은 아련한 추억은 노을빛에 물들어 가고
뿌연 먼지 몰고 오가며 덜컹거리던 버스 실 삔 꼽아 단장한 단발머리 차장 언니의 하루가 열리는 소리 안 계시면 오라이 탕탕
단잠에 빠진 지친 얼굴에 흙먼지 분 치장 해대던 바람은 시멘트 뜨거운 열기에 지친 몸으로 내 안에 파고든다
조물조물 만들어 놓은 꿈 담긴 못자리가 그리운 작은 새 곤줄박이는 사각 모 판에 담긴 세월의 흔적을 쪼아대고
요란한 경적에 놀란 가슴 다스려 주는 추억 묻은 그리운 사람 먼지 한 올 없는 삭막한 시골길 정류장에서 난 기다린다 덜컹덜컹 모퉁이 돌아올 버스를
詩 탐미
시골길에 정겨운 단맛을 찾아볼 수 없다. 조그만 농로 길 마저도 시멘트 포장으로 덮여있다. 흙을 밟고 들녘에 야생화를 보며 거닐 수 있는 길도 드물다. 모퉁이 돌아서 흙먼지 몰고 오가던 버스도 없다.
꿈을 실어 나르던, 터질듯한 버스는 이제 없다. 여린 두 팔로 온 힘을 다해 버티던 꽉 찬 버스 안에 배려 또한 지금은 없다. 인사를 나누고 소식을 주고받던, 시골 정류장에 가끔 앉아본다.
칸막이로 따뜻함까지 겸한 신식 정류장에서도 난 여전히 펑 뚫린 휑한 정류장에 있다.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며 목을 쭈욱 빼고서 말이다. 우주를 나는 꿈꾸는 아이처럼 멈춰버린 우주정거장에 서 있다.
여전히 조촘조촘 걸어오는 추억들. <저작권자 ⓒ 화순매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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