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자리한 정류장

박현옥 시인의 마음자락 | 기사입력 2023/05/18 [08:01]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추억이 자리한 정류장

박현옥 시인의 마음자락 | 입력 : 2023/05/18 [08:01]

  © 화순매일신문


연초록 잎이 너울너울

한여름을 불러내면

색 바랜 표지판에 내려앉은 아련한 추억은

노을빛에 물들어 가고

 

뿌연 먼지 몰고 오가며 덜컹거리던 버스

실 삔 꼽아 단장한 단발머리 차장 언니의

하루가 열리는 소리

안 계시면 오라이

탕탕

 

단잠에 빠진 지친 얼굴에

흙먼지 분 치장 해대던 바람은

시멘트 뜨거운 열기에 지친 몸으로

내 안에 파고든다

 

조물조물 만들어 놓은

꿈 담긴 못자리가 그리운 작은 새 곤줄박이는

사각 모 판에 담긴

세월의 흔적을 쪼아대고

 

요란한 경적에 놀란 가슴 다스려 주는

추억 묻은 그리운 사람

먼지 한 올 없는 삭막한 시골길 정류장에서

난 기다린다

덜컹덜컹 모퉁이 돌아올 버스를

 

 

  © 화순매일신문

탐미

 

시골길에 정겨운 단맛을 찾아볼 수 없다. 조그만 농로 길 마저도 시멘트 포장으로 덮여있다. 흙을 밟고 들녘에 야생화를 보며 거닐 수 있는 길도 드물다. 모퉁이 돌아서 흙먼지 몰고 오가던 버스도 없다.

 

꿈을 실어 나르던, 터질듯한 버스는 이제 없다. 여린 두 팔로 온 힘을 다해 버티던 꽉 찬 버스 안에 배려 또한 지금은 없다. 인사를 나누고 소식을 주고받던, 시골 정류장에 가끔 앉아본다.

 

칸막이로 따뜻함까지 겸한 신식 정류장에서도 난 여전히 펑 뚫린 휑한 정류장에 있다.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며 목을 쭈욱 빼고서 말이다. 우주를 나는 꿈꾸는 아이처럼 멈춰버린 우주정거장에 서 있다.

 

여전히 조촘조촘 걸어오는 추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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