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떠내면 사랑을 받아들일게요”

부처님 오신 날 유마사 승탑과 창건 설화를 만나다

최순희 전남문화관광해설사 | 기사입력 2023/05/30 [08:01]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달’을 떠내면 사랑을 받아들일게요”

부처님 오신 날 유마사 승탑과 창건 설화를 만나다

최순희 전남문화관광해설사 | 입력 : 2023/05/30 [08:01]

  © 화순매일신문


안녕하세요
.

화순을 이야기하는 수다줌마입니다.

모후산에 자리 잡은 유마사로 함께 가 보실까요.

 

모후산은 순천시와 경계를 이루는 화순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전남에서 광양시 백운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지요, 고려인삼 시배지이기도 합니다. 정상에 강우레이더관측소가 있어 어디서든지 모후산을 쉽게 찾을 수 있답니다.

 

모후라는 이름은 공민왕과 관련이 있습니다. 고려 공민왕 10년에 홍건적이 자비령을 넘어 쳐들어왔습니다. 왕은 태후까지 모시고 안동, 순천을 거쳐 이곳까지 피난 왔지요. 수려한 산세에 반한 왕은 환궁도 미루고 가궁을 지어 일 년여 남짓 머물렀습니다. 어머니의 품속 같다고 하여 나복산에서 모후산으로 바꾸어 불렀습니다.

 

유마사는 화순군 사평면 유마리 모후산 기슭에 있습니다. 대표 문화재는 부도입니다. 승탑이란 말이 더 친숙하지요. 통일신라시대 당나라에서 선종을 배우고 돌아온 스님들이 돌아오면서 우리나라에 승탑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선종은 마음만 깨치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가르침 때문입니다. 부처님의 전유물이었던 탑을 모든 스님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 화순매일신문

고려초기까지는 팔각 원당형이었으나 이후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규모가 작아지면서 종의 형태로 변하였습니다. 가장 오래된 승탑은 844년에 만들어진 염거화상 승탑입니다. 강원도 원주시 흥법사에 있었으나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유마사에는 고려초기의 건립양식으로 보이는 보물 제1116호인 팔각원당형의 해련탑(海蓮塔과 경헌장로지탑(敬軒丈老之塔)과 가안선자탑(可安禪子塔)이 있습니다.

 

경헌장로지탑은 조선시대 작품으로 경헌선사의 승탑입니다. 경헌(1544~1633)은 장흥출신으로 임진왜란 때 휴정의 문하에서 활동하였다지요. 승탑의 네 모서리에는 호랑이, 사자, 멧돼지 등이 사실적으로 조각되어 다른 승탑과 구별이 됩니다. 탑신부의 중앙에는 세로로 경헌장노지탑이 음각되어 이 승탑의 주인을 알 수 있습니다.

 

유마사의 역사는 꽤 깊습니다. 627(백제 무왕 28)유마운이 창건했다고 전해집니다. 유마운(維摩雲)은 당나라 요동 태수였습니다. 지은 죄가 많았지만 딸 보안(普安)의 청으로 뉘우치고, 전 재산을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누어 준 후 방랑길에 나섰다가 이곳에 이르렀고 절을 세우게 됐다고 합니다.

 

한국 전쟁 때 사찰과 암자가 모두 소실되어 겨우 명맥만 유지하다가 근래에 대대적인 불사로 비구니 승가 대학과 선학 승가 대학원을 열어 비구니 교육기관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답니다.

 

  © 화순매일신문


유마사 입구 계곡에는 큰 바윗돌이 냇가에 걸쳐 있는데 창건설화가 담긴 보안교입니다. 유마운의 딸 보안이 치마폭에 싸다가 다리를 놓았다지요. 다리에는 유마동천보안교라 음각되어 있고 왼쪽에는 관세음보살이라 음각되어 있습니다. 또 요사채 안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샘이 있습니다. 젊은 스님이 겁탈하려 할 때 보안이 물속에 있는 달을 도술로 건져냄으로써 감화시켰다는 유명한 제월천입니다.

 

제월천의 전설은 이렇습니다.

 

법당을 지킬 스님 하나를 들였는데 그가 부전입니다. 몇 해가 지나고 유마운은 죽고 보안과 부전만 절에 남았습니다. 부전은 보안을 사모했습니다. 보안은 불자의 바른 행위가 아니라 여겨 깨우쳐 주기 위해 밤에 샘으로 나오라 청했습니다.

 

보안은 체를 하나 주면서 샘속에 둥근 달을 건져내면 사랑을 받아 주겠다고 합니다. 몇 백번 체질을 하여도 달을 건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보안은 아주 쉽게 건져냈습니다. 상심한 부전은 상사병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보안이 법당 안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부전이 겁탈하려 하자, 보안이 탱화를 떼어 마룻바닥에 깔자고 하였습니다. 부전은 양심이 있었던지 부처님 그림을 깔 수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보안이 노하여 너는 만들어 놓은 그림에 불과한 부처는 무섭고, 진짜 살아있는 부처는 무섭지 않느냐?”고 말하고는 백의관세음보살로 변해 하늘로 날아갔다고 합니다. 그 후 부전은 열심히 공부하여 성불하였다고 합니다. 보안이 치마폭에 돌을 쌓아 만들었다는 보안교에는 관세음보살글자가 새겨져 있어 그 전설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샘은 달을 건졌다 하여 제월천(濟月泉)으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지난 27일은 석가탄신일이었습니다. 모후산은 물이 풍부하고 숲이 아름답습니다. 보안의 전설과 경헌선사의 승탑이 기다리는 유마사 나들이는 어떨까요. 깨달음의 의미와 불제자의 자세도 생각해 보면서... .

 

화순을 이야기하는 수다줌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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