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의 입김에 피어나는 여름 향기

화순자활센터 샐러드와 ‘복숭아 빵’

김재근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4/08/02 [07:01]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연인의 입김에 피어나는 여름 향기

화순자활센터 샐러드와 ‘복숭아 빵’

김재근 객원기자 | 입력 : 2024/08/02 [07:01]

 

▲ 복숭아 빵  © 화순매일신문


뒤태가 멋진 사람이 아름답다고 한다
. 그 뒤태의 중심에 볼기가 있다. 뒤쪽 허리 아래, 허벅다리 위의 양쪽으로 살이 불룩한 부분이다. 의자나 땅에 앉았을 때 바닥에 닿는 부분이 궁둥이, 바닥에 안 닿는 부분이 엉덩이다. 둘을 합쳐 볼기라 한다. 근래에 '엉덩이''볼기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는 뜻풀이가 추가되었다. 이젠, 볼기의 위쪽이건 아래쪽이건 '엉덩이'라고 부른다.

 

이 엉덩이를 쏙 빼닮은 과일이 있다. 복숭아다. 영어로 ‘peach’인데, '여성의 엉덩이'라는 뜻이 있다. 향긋해서인지 '마음에 드는 여자'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카카오 마스코트인 어피치가 이런 복숭아 이미지다. 카톡을 주고받을 때 어피치 미소 한 번이 백 마디 말보다 더 효율적일 때가 있다. 그 피치 못할 매력에 자주 써먹는다.

 

복숭아는 꽃도 아름답다. 조선시대 '꽃구경'이라는 말은 거의 다 복숭아꽃이었다. 일 미적 취향은 비슷했나 보다. 복숭아꽃 가득한 '무릉도원'은 모두의 이상향이었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삼총사 유비관우장비가 의형제를 맺은 곳도 복숭아꽃 아래서였다.

 

그 복숭아가 화순의 특산품 중 하나이다. 부드럽고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향기 탓일까. 연인의 입김에도 복숭아 내음 자욱하다는 화순의 여름 향기다. 지금은 복숭아도 끝물, 얼마 전 복숭아 축제도 끝났다. 이제는 복숭아가 변신할 때이다. 잼으로 통조림으로 음료로 과자로. 그리고 빵으로.

 

화순자활센터 자활근로사업단이 운영하는 샐러드와’.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다문화 이웃에게 일자리도 주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이끌어 준다. 시장진입형과 사회서비스형으로 나누어 다양한 자활근로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샐러드와라는 카페다. 교리 회전교차로에서 광주 가는 방향으로 선거관리위원회와 화순문화원 사이에 자리한다. 이곳에 아주 특별한 복숭아가 있다. 바로 복숭아빵이다.

 

7월이 며칠 남지 않은 날, 주위에선 휴가를 이야기하고 더위를 걱정했다. 시원한 것이 달달한 것이 생각나는 오후 세 시. ‘샐러드와를 찾았다.

 

어디서 봤을까. 언젠가 베트남에서 길을 가르쳐 주었던, 아오자이 맵시 나게 입었던 그 아가씨를 닮았다. 싱그러운 미소까지도. 명사와 존어체로 구성된 문장으로 맞아준다. 얼음 동동 띄운 커피와 함께 복숭아빵을 주문했다. 트레이에서 다소곳한 복숭아빵을 보며, <시경>에 나오는 시를 떠올렸다.

 

桃之夭夭(도지요요) 싱싱한 복숭아 나무여!

有蕡其實(유분기실) 탐스런 열매 열렸네

之子于歸(지자우귀) 시집가는 아가씨여!

宜其家室(의기가실) 온 집안을 화목하게 하리

 

▲ 샐러드와 카페  © 화순매일신문


탕수육의 부먹과 찍먹 못지않은 복숭아 논쟁거리도 있으니, 딱복과 물복이다. 말랑말랑한 복숭아는 단맛이, 딱딱한 복숭아는 씹는 맛이 일품이다. 과육이 부드럽고 즙이 많고 단것이 백도요, 단단하고 즙이 적고 담백한 것은 황도다. 전자를 물복이라 하고, 후자를 딱복이라 한다.

 

복숭아 닮은 빵이다. 오른손에 나이프를 왼손에 포크를 들었다. 차마 찌르고 자르지 못했다. 한동안 바라보았다. 복숭아의 모양과 맛을 담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을까. 속살이 궁금했다. 조심스럽게 잘랐다. 과육은 카스텔라였다. 가운데는 설탕에 절인 복숭아 과육을 듬뿍 안은 생크림이었고. 한 입 베어 물었다.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모양은 노오란 황도를, 맛은 부드러운 백도를 닮았다. 딱복과 물복을 조화롭게 담아낸 셈이다.

 

이름과 달리 빵이라기보다는 과자였다. 맛은 기교를 부리지 않았고, 모양은 과한 치장을 하지 않았다. 화순의 여름 향기처럼 싱싱하고 풋풋했다. 그래서 좋았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양으로, 넉넉한 자는 맛으로, 아주 부유한 사람은 분위기로 먹는다고 한다. 자활의 맛이랄까. 양이나 맛보다 분위기로 다가왔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복숭아빵은 마음이 아주 풍성한 사람에게 더 어울릴 듯도 하다.

  

*이글은 네이버 블로그(cumpanis) <쿰파니스 맛담멋담>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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