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느 편이십니까?”

뿌리깊은 조직문화가 만든 흑백논리 만연

공태현기자 | 기사입력 2013/07/31 [16:41]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당신은 어느 편이십니까?”

뿌리깊은 조직문화가 만든 흑백논리 만연

공태현기자 | 입력 : 2013/07/31 [16:41]

“당신은 어느 편이에요? 형제, 부부, 군수, 총장…”

화순에서 활동 좀 한다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만한 이야기다. 화순 속에 스며든 뿌리 깊은 편 가르기식 조직문화가 생산한 대표적인 물음이다.

최근 취재를 다니는 기자에게 돌아오는 질문중 하나가 “거기는 어디편이에요. 형제, 부부,  군수, 총장.....”이라는 말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거기 신문은 어디편이에요”라는 물음도 듣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화순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신문들이 걸어온 현주소를 압축한 것같아 못내 씁쓸하다.

화순사회를 지금까지 찢어놓는 불편한 단어중 하나가 “당신은 어느편이냐”는 질문이다. 엄혹했던 시절 흑백논리를 연상케 하는 이 물음이 화순에선 일상적인 단어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최근 들어 부쩍 많이 듣는 얘기란다. 이 같은 이야기가 정치인이나 주민들 사이에서가 아닌 공무원들 사이에서 더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었다.

편가르기식 조직문화가 정치인뿐 아니라 공직사회에서도 자리 잡은 것 같아 안타까움이 앞선다.

오죽했으면 선거에 나오는 단체장들의 공약 중 빠지지 않는 것이 “공무원을 줄세우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이는 그동안 공직사회에도 정치권에 줄을 대고 손을 뻗치는 일이 허다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특히 손을 내미는 공직자들은 땀 흘려 인정받기 보단 좋은 줄을 잡아 앞서나가는 것이 빠른 선택이다는 얄팍한 속내를 숨기고 있을 것이다.

“누구편이냐”는 물음은 스스로 조직의 틀에 넣고 편을 가르려는 발상이다. 정치인들이 단기적으로 자신들의 조직을 더욱 응집시키기 위해 종종 전략적으로 편을 가르는 경우는 있다.

그런데 공무원에게 듣는 “당신은 누구 편입니까”라는 질문엔 어안이 벙벙할 수 밖에 없다. 공무를 보는 공직자가 내편 네편을 가르는 정치인의 논리에 휩싸였다고 생각하니 씁쓸하기 까지 하다.

공직자가 편을 가르는 발언을 하는 것은 자신들에게 우호적이지 않는 기사에 대한 반사적인 질문일 수도 있다. 지적에 대한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기 위해 스스로 편을 갈라 위안을 삼으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너는 우리편이 아니니까 그런식으로 보도하냐”는 식의 반감.

지적기사에 대한 반발이라면 편가르기식 유아적 발상보단 잘못된 일을 고치고 겸허히 수용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화순은 조직문화에 집착하다 스스로 편을 가르고 삿대질을 하며 자신의 편을 보호하고 상대편을 누르려 애를 쓰다 전국적인 불명예를 안은 불편한 진실이 있다.

더 나아가 편 가르기 문화가 “너만 아니면 된다”는 ‘오기 정치’로 발전해 선거 때마다 적잖은 문제점을 일으켰고 불을 보듯 뻔한 불행을 생산했다.

실제로 지난 2002년부터 최근까지 화순군엔 임기 4년을 채운 군수가 한명도 없다. 이 기간 5명의 군수가 탄생했다. 짧게는 몇 개월부터 길게는 3년여의 임기를 채웠을 뿐이다.

‘편가르기’가 결국 “너만 아니면된다”는 ‘오기 정치’로 발전해 우리사회에 남긴 것은 전국적으로 화순 하면 떠오르는 선거문화라는 생체기일 뿐이다.

스스로 이같은 문화를 깨기 위한 자정노력은 없고 벌써부터 편을 가르는 발상이 만연해진다면 내년 지방선거도 최근 화순에서 되풀이된 아픈 역사의 연장선일 수밖에 없다.

내년이면 다시 선거다. 몇 개월 남지 않은 기간 동안이라도 잘못된 선거문화를 버리면서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힘을 모아야 할 시기다.

그래야만 화순을 둘러씌운 오명을 벗어 던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내년 선거를 수개월 남긴 지금부터 편가르기식 대응이 난무하는 것이 찜찜하다 못해 불편하다.

“당신은 누구편입니까”에 답변엔 형제도 부부도 군수도 총장도 그 누구도 아닌 “군민 편입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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