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3 성명서 ‘포용의 정치’가 아쉽다

공태현기자 | 기사입력 2013/08/27 [08:03] 글자 크게 글자 작게

8·23 성명서 ‘포용의 정치’가 아쉽다

공태현기자 | 입력 : 2013/08/27 [08:03]

홍이식 화순군수가 25일 만에 내놓은 성명서는 내용과 형식에서 아쉬움이 묻어난다.

오히려 성난 민심을 달래기보다는 불을 질렀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당장 26일 가축분뇨자원화시설 반대위의 집회에서 ‘타도’라는 극한 용어가 나왔다.

23일 홍 군수가 내놓은‘군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 광역친환경농업단지 조성사업 관련 성명서’엔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는 반대위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 무미건조하게 자신의 입장만을 담은 문답형의‘내용증명(?)’을 보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녹취록 대화 내용 중‘불법선거자금’의혹과 관련해선 “이미 검찰수사를 받았고 종결됐다”는 내용이다. 이는 홍 군수 뿐 아니라 화순군으로서도 다행스런 대답이다.

그런데 종결된 사안이란 입장을 밝히는데 25일간이나 미적거린 것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곧바로 이같이 해명을 했다면 그동안 무수히 떠돌던 불필요한 오해와 사회적 혼란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홍 군수가 녹취록 논란을 즐긴 것(?)이 아니라면 녹취록이 배포된 뒤 곧바로 8·23성명서 내용처럼 반대위의 ‘허무맹랑’(?)한 주장이 확산되는 것을 막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반대위는 수많은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최근 이슈는 당연히 녹취록의 불법선거자금 의혹이었기 때문이다.

성명서를 보면 홍 군수는 가축분뇨자원화시설의 필요성과 반대위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많은 부문을 할애했다.

성명서만을 놓고 받을 때 반대위는 협상을 거부하고 억지주장을 일삼는 세력으로 비쳐지기 까지 했다.

단체장으로서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는 단어나 용어는 눈에 띄지 않았다.

때문에 반대위를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상테이블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최소한의 단어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고 있다.

홍 군수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화순에서 군의원 도의원을 거쳐 군수까지 20여년 동안 정치밥을 먹었다는 것이다. 즉 누구보다 ‘정치’를 ‘화순식 정치’를 잘 알고 자신있다는 표현이다. 그런데도 성명서엔 정치가 빠졌다.

가축분뇨자원화시설을 정책으로만 본 것이다.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가축분뇨시설은 이미 정책에서 정치영역으로 넘어왔다. 가축분뇨 자원화시설 조성을 둘러싼 고소고발 법정소송에 얽힌 문제로 군민 수십 명이 사법기관 출입을 예고한 상태다.

정책 추진과정에서 꼬이고 얽힌 매듭을 정치가 개입해 해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성명서는 정책적인 필요성만을 역설했지 정치적인 해결방안 모색엔 인색했다.

정치가 추구하는 ‘대화’와 ‘타협’‘포용’으로 반대위를 달랬어야 했다.

게다가 반대위의 주장을 ‘허무맹랑’으로 표현해 평가 절하했다. 또한 사업을 방해하기 위해 현장견학 등을 못하도록 했을 뿐 아니라 대화도 거부, 현재 법정소송으로 비화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반대위를 향해“앞으로 원만한 추진을 위해 인내하며 대화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마지못해 표현한 것이 고작이었다.

25일간의 긴 침묵속에서 절절하게 느꼈을 무수한 고심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너희들에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오기마저 엿보였다.

이같은 성명서는 자신을 지지한 세력들에겐 통쾌함을 선사하겠지만 대부분의 군민은 허탈함을 느꼈을 것이다. 삶의 반평생을 정치로 업을 삼은 군수의 성명서에서 대화, 타협, 양보, 포용 등의 용어가 빠지고 그 자리에 정책의 필요성만을 강조한 체 반대세력을 ‘억지주장’, ‘반대를 위한 반대세력’ 등으로 몰아 세웠기 때문이다.

화난 주민들의 상처를 살펴보고 그것을 치유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일 수 있는 ‘포용의 정치나 리더십’은 묻어나지 않았다.

지도자에게 명석한 판단력이나 추진력보다 따뜻한 덕성이 먼저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성명서에선 따뜻함의 지도력을 보이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반대 세력이나 견제 세력을 폭넓게 껴안아야 반발과 잡음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살펴 원인을 제거할 방법을 찾아야지 불씨는 그대로 놔둔 채 반대를 내 집 앞은 안된다는 ‘님비현상’으로 몰아 입을 다물게 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수차례에 걸친 행정의 갈지자 행보가 반대위를 자극했고 이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게다가 반대위의 반대를 내 집 앞은 안된다는 식의 님비현상으로 치부한다면 앞서 춘양 우봉리에 가축분뇨자원화시설이 조성지로 선정됐을 때 그곳의 반대 목소리는 무엇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화순에서 얽히고설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설득과 포용의 리더십’, ‘정치의 실종’이 무엇보다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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