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만 지켜도 수십억 낭비 막는다

공태현기자 | 기사입력 2013/09/12 [07:47]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본만 지켜도 수십억 낭비 막는다

공태현기자 | 입력 : 2013/09/12 [07:47]

화순군이 전남도 종합감사에서 무더기 부적정 평가를 받았다.

특히 감사결과를 살펴보면 행정·기술·재무 등을 망라해 문제점이 드러나는 등 총체적 난맥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사안에서부터 지키지 않아 발생한 문제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감사보고서를 보면 공직자가 조금만 주의와 관심을 기울였다면 혈세 낭비를 차단할 수 있는 사안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물품 구매 등은 도감사 때마다 단골지적사안이다. 지난 2009년 전남도 감사에서 물품 구매의 문제점이 지적된바 있다. 그런데도 이번 감사에도 적발됐다.

감사보고서는 정상적인 계약이 이뤄졌다면 공사액 수천만 원을 줄일 수 있는데도 예정가격보다 높게 반영해 계약을 체결하면서 혈세를 낭비한 사례를 지적했다. 예정가격대비 87.7% 에 계약을 체결하면 되는데도 이보다 1.9%가 높은 89.6%적용함으로써 시공업체에게 수천 만 원의 특혜를 안겨주고 물품을 구매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실과의 이상한 거래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물품 구매계약을 모 업체와 체결하고 추경 때 확보한 예산으로 공개경쟁입찰 없이 변경계약으로만 이 업체에 계약했다. 이같은 이상한 계약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문제가 단순한 담당자의 착오로 여기고 넘겨야 하는지 곱씹어봐야 할 부문이다.

각종 물품 계약 등에서 드러난 편법은 주민들에겐 전형적인 유착관계로 비춰지면서 행정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킬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상식으로 살아가는 주민이나 성실하게 일하는 업자들에겐 허탈함을 안겨줄 뿐이다.

2천만 원 이하 1인 견적 수의계약 공사는 설계변경을 할 수 없다는 공사계약일반 조건 계약도 지켜지지 않았다. 2011~2012년까지 2년 동안 42건의 1인 견적 수의계약공사를 현장여건상 불가피하다는 사유로 1억 2,700만원을 설계 변경해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이 수십 건이 2년 동안 아무런 제지 없이 진행된 것은 관련 공직자들이 관행처럼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수의계약을 체결해주고 설계변경을 요구하면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같은 설계변경이 모든 업체에 해당했을까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수의계약 자체가 일부 업체에 집중돼 왔던 것을 감안하면 설계 변경 또한 소수의 업체에 집중 됐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 한심한 점은 예산 낭비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빈약한 계약체계 뿐 아니라 준공시설물에 대한 하자검사도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자검사만 정해진 절차에 따라 했어도 혈세낭비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화순군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하자검사대상 3,663건 중 1,314건만 검사를 하고 절반이 넘는 2,349회는 하자검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기 하자검사를 하자담보책임기간 내에 하지 않으면 하자 보수비용 등은 화순군이 떠안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해진 절차만 잘 지켰더라도 혈세 낭비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공직자의 게으름이 결국 주민들의 피와 땀으로 성립된 예산을 낭비한 셈이다.

화순군의회 정례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논란이 됐던 포상금도 상세하게 드러났다.

포상금을 예산에 반영하고도 그 용도에 맞춰 사용하지 않거나 아예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남도는 지적했다.

특히 일부 비용은 주요 간부직원 등에게 선물로 전달됐다. 아예 예산에 편성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한 포상금도 5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개인의 업무추진비로 사용한 사례도 포착되는 등 포상금은 ‘눈먼 돈’이라는 의식이 팽배하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번 감사에서 6명이 징계, 75명이 훈계를 받는 등 총 84명이 신분상 조치로 이어졌다.

감사보고서에 드러난 문제들이 담당자의 단순 실수로만 여겨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감사보고서에 지적된 낭비만 잘 막아도 재정이 모자라 쩔쩔매는 꼴은 면했을 것이다.

화순군은 청렴도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각종 결의대회 등으로 자정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감사결과에서 나타났듯 기본적인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모든 것이 공수포로 돌아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광고
이동
메인사진
포토뉴스
지리산국립공원 반야봉 상고대 ‘활짝’
이전
1/36
다음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