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많아도 너무 많다”

‘신문의 존재이유는 독자’…화순군청 등록 기자만 68명

화순매일신문 | 기사입력 2013/11/06 [17:00]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언론 많아도 너무 많다”

‘신문의 존재이유는 독자’…화순군청 등록 기자만 68명

화순매일신문 | 입력 : 2013/11/06 [17:00]

화순군청에 출입하는 기자가 몇 명일까. 군청 홍보부서에 등록된 기자만 68명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중 화순을 기반으로 하는 언론은 18곳이 등록돼 있다고 한다. 많아도 너무 많다는 푸념이 나올 만도 하다.

독자들은 다양한 곳에서 뉴스를 공급받는다. 인터넷의 발달로 포털에 연관검색만 해도 유사한 내용이 쏟아지는 시대다.

지난 8월 화순의 지식층으로 분류되는 인사와의 자리였다. 그 인사는 화순 언론의 과잉을 지적하면서 자신은 보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화순의 잘못된 문제를 정치와 언론으로도 꼽았다. 이렇듯 정치인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화순의 문제 중 하나를 언론으로 지목하고 있다.

언론이 왜 문제대상이 됐을까. 언론이 많은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언론이 각종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분법적인 잣대와 무관심보도, 앵무새 보도를 보이면서 ‘문제아’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권력의 입맛에 맞는 보도도 판을 친다. 언론이 특정 정치세력의 유불리를 걱정하면서 뿌리 깊은 조직문화가 언론에까지 스며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특히 언론도 편을 가르면서 자사에 우호적인 인사나 정치세력에 따라 홍보에 열을 올리고 그렇지 못한 인사에 대해선 무관심 보도가 횡횡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앵무새 보도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일각에선 화순에도 통신사가 있다는 우스개 소리를 한다. 화순군청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토시하나 바꾸지 않고 보도기사로 옮기는 언론을 빗댄 얘기다.

기관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기는 ‘복사 보도’, 특정인의 주장만을 대변하는 ‘앵무새 보도’가 보도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관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기면서 언론의 문제의식 또한 사라진지 오래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언론에 대한 불편한 시각은 무관심 보도다. 비판 없이 앵무새처럼 전달만 하는 것도 문제지만 아예 어떤 사건이 있는지 조차 언급하지 않는 무관심 보도는 사안에 대한 공론화 자체를 묻어 버리기 때문이다.

언론이 특정 사안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순 있다. 하지만 사안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는 무관심 보도는 언론의 존재이유를 따져봐야 할 문제다.

주민들이 언론에 기대하는 것은 주민을 대신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진실을 알려주는 역할이다. 그런데 언론은 사실상 침묵하거나 특정기관 특정인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언론이 스스로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처럼 보도 자료를 주요 공급원으로 삼는다면 독자들은 멀지 않아 언론을 찾지 않을 것이다. 각종 기관의 홍보관을 찾거나 포털에서 뉴스 쇼핑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라 복사보도 앵무새 보도가 반복됨으로써 언론은 더 늘어날 것이다. 너희들도 생존하는데 내가 못하겠냐는 식의 발상을 부채질하기 때문이다.

좋은 언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좋은 언론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사회적 토양이다. 척박한 땅에선 나무가 잘 자라지 않는다. 좋은 언론이 자리 잡기 위해선 그만한 토양과 주민·독자들의 관심이 절실하다. 이에 맞춰 언론도 권력보다 독자들의 신뢰를 쌓아나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얼마 전 업무에 복귀한 한국일보가 보도한 ‘신문의 존재 이유는 독자들’이라는 제하의 칼럼은 오랫동안 울림으로 남는다.

신문의 수익구조가 구독료가 아닌 광고에서 찾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보도 자체가 공익보다는 수익성에 무게가 쏠린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신문이 살길은 잃어버린 독자들의 신뢰를 되찾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칼럼은 “신문의 존재이유는 소유주인 내가 아니라 독자들” 이라고 강조한 미국의 자본가가 부럽고 “우리는 계속 진실을 추구할 것이라”고 당당히 외치는 언론이 부럽다는 내용으로 매듭지어진다. 울림이 남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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