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없는 것들...

화순매일신문 | 기사입력 2017/03/21 [17:36]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염치없는 것들...

화순매일신문 | 입력 : 2017/03/21 [17:36]

염치란 무엇인가? 도덕적인 부끄러움이다.
 
도덕이란 무엇인가? 법이 강제하지 아니하지만 사람으로도 지켜야할 당연한 도리가 아닌가.
 
그래서 염치없는 자란 부도덕, 비도덕적인 행동을 했음에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아니한 자를 말한다.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으면서 앞에 서있는 노인들을 외면하기 위해 잠을 잔 체 하는 짓거리부터...
명절 기차표 매표를 위해서 2일째 줄을 서는 사람들 사이에서 새치기 하는 것들...
그리고 온 국민들의 요구에 의해서 탄핵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부끄러워하지 아니하고 개선장군처럼 자신의 집으로 쫓겨(?)가는 것 까지...
 
대통령이란 어떤 자리인가?
국민으로부터 정당한 통치권을 부여받아, 행정부 수반으로 국정을 국민의 뜻에 의해 운영하고, 부여받은 권력을 사리사욕이 아닌 국가와 국민의 뜻에 부합하게 행동하라는 지위가 아닌가.
 
그런 대통령은 피지 않는 300명의 고등학생들이 하룻밤새에 저 시퍼런 물속에 수장되고 있을 때 옷과 머리는 산발이 되어도 버선발로 뛰어나와야 한다.
그런 대통령은 원인모를 질병(메르스 등등)으로 국민들이 죽어 나갈 때 매일같이 병원과 정부종합상황실을 다니면서 질책과 격려를 하여야 한다.
 
수 천만 마리의 닭과 오리, 돼지가 폐사하여 농민들의 가슴이 멍이 질때..
대학에 입학하고도 학비가 없어서 매일 매일 수 많은 알바를 하는 청년들의 고통이 저 하늘에 메아리 칠 때...
40대초에 직장에서 잘려 갈 곳 없어 산으로 발길 돌리는 가장의 한 숨 소리가 산 곳곳에 울릴 때...
대통령은 그들을 다독이며 힘과 용기를 주면서 같이 아파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뽑았던 대통령은 그저 천상의 공주(?)였나 보다.
지상계의 미물들의 아픔과 분노, 안타까움은 미물들의 것뿐이었으니..
 
“나의 세계를 저들의 것과 헷갈리지 말지어다!”
 
천지가 개벽하고
우주의 기운이 요동쳐서
어찌 어찌하여 천상의 공주를 미물들의 세계로 겨우 겨우 끄집어냈건만, 전혀 부끄러워하지 아니한다.
 
미천한 것들의 촛불 속에 타 죽는 잔다르크가 환생한 것 인양 미소 가득히 자신의 뒤를 따르는 것들과 금의환향 하였구나.
 
첫 째날 대문 밖 티브이 생중계와 카메라 플래시가 가득 하건만, 내 머리 모양새 넘 소중하여 가장 먼저 강남 유명한 미용실 자매 불러서 한 가득 내 뒷머리 부풀리길…구일 째.
 
서울중앙지검 검찰청 대문 앞.
 
그 앞에 서서 무슨 말 하는지 온 국민들 두 귀 커지고, 두 눈 말똥히 지켜보고 들어볼 때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는 매우 절제 있는 말씀.
 
주어도 없고, 목적어도 없는 마음의 수첩에 똑똑히 새겨진 말일까.
 
염치없다.
끝까지 염치없구나...
 
서울중앙지검 인근 사무실 빌딩 402호에서 무기력한 시인.
2017. 3. 21.
박근하 법무법인 서성 대표변호사/시인
광고
이동
메인사진
포토뉴스
지리산국립공원 반야봉 상고대 ‘활짝’
이전
1/36
다음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뉴스
사설칼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