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웰리빙(Well Living) 이다

화순매일신문 | 기사입력 2017/07/17 [16:17]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이제는 웰리빙(Well Living) 이다

화순매일신문 | 입력 : 2017/07/17 [16:17]


<웰빙>은 우리말로 번역한다면 ‘참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국어사전에서는 “몸과 마음의 평안함과 행복을 추구하는 태도나 행동”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웰빙>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서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삶의 유형이나 문화를 통틀어 일컫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건강한(well, 안락한 만족한) 인생(being)을 살자는 것입니다.

현대 산업사회는 인간들에게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준 반면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여유와 안정을 빼앗기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현대 산업사회의 병폐를 인식하고, 2000년 이후 육체적, 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새로운 삶의 문화나 양식을 <웰빙>이라고 지칭하게 된 것입니다. 고도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물질적 풍요를 통해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물질적 풍요만을 가지고 인간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정신적 풍요로움에 눈길을 돌린 결과이기도 합니다. 패스트푸드에 반대하여 유럽에서 시작된 슬로푸드(slow food) 운동, 슬로우 시티 운동, 고액연봉도 마다하고 한적한 시골로 낙향하여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즐기는 다운시프트족(downshifts)도 <웰빙>의 한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이후, <웰빙> 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이와 관련된 건강, 여행, 의료, 식단 등 여러 영역에서 <웰빙>이 강조되기 하였습니다.

이러한 <웰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 관심의 영역이 점차 넓혀져 이제는 죽음의 문제로까지 확대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살면서 잘 먹고 잘 사는 문제, 즉 “삶의 질”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생을 마감하는 죽음의 과정에서도 품위 있고 편안하면서도 존엄한 죽음 “죽음의 질”이 필요하다는 역발상을 통해 웰다잉(Well Dying)에 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인간은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라고 이야기했던 하이데거의 말처럼, 사람들의 삶 속에 죽음이 삶의 한 영역이라고 한다면, 죽음의 과정에도 평안하며 품위 있고 존엄한 죽음이 중요하다고 하는 <웰다잉>에 주목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렇게 <웰다잉>에 관심을 갖는 요인을 보면, 사회적 요인과 맞물려 있음을 보게 됩니다.

우리나라도 산업화로 핵가족화가 급속하게 진행 되었고, 그에 따라 노인 1인 가구가 급증하게 되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점점 혼자 생활하게 되는 독거노인들이 늘어가고 따라서 가족이나 이웃들과 함께 하지 못하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 뿐 아니라, 아무런 의미 없는 연명치료로 혼자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에 따라,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존엄사나 호스피스에 대한 논의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의학의 발달로 평균적인 수명 연수가 점점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러한 의학의 발달로 불필요하게 혹은 무의미하게 생명을 연장시킴으로서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없이 병상에서 세월만 보내게 됨으로서, 가족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는 문제에 대하여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치료과정 속에서 “인간답게 살다 죽어가야 할 권리”를 잃어버리는 문제도 함께 고민을 하게 된 것이죠.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품위 있게 죽을 수 있도록 돕는 호스피스 운동에 대한 관심도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웰 다잉>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자, ‘죽음학(Thanatology)’이라는 학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2013년을 기점으로 한국에서는 ‘죽음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하였고, 또한 이에 관련된 여러 책들이 발간되고 논문들이 발표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죽음학’은 호스피스 운동을 이끈 엘리자베스 퀴블로 로스(Elisabeth Kubler-Rose)박사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로스박사의 <죽음의 순간>이라는 책이 발간되면서 출발된 ‘죽음학’은 그녀의 제자들과 그 연구와 관련된 많은 의학자들을 중심으로 발전하였고,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죽음학’에 대한 연구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죽음학’에는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영역들에 대하여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특히 ‘죽음학’의 영역 중에 ‘사후생’연구의 영역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하겠습니다.

‘사후생’ 연구가 우리의 관심을 갖게 하는 이유는, 죽음을 체험했던 사람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죽음 이후의 세계는 어떤 곳인가?”라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죽음이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가?”에 이르기까지 죽음에 관련된 여러 내용들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죽음의 세계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죽음이 주는 의미가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참된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죽음학’은 사람이 죽을 때가 되어서야 죽음에 대하여 알아보고, 대비하고, 준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 있을 때, 죽음에 대하여 배우고, 대비하며 준비하는 것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을 뿐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가치 있는 인생, 의미 있는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죽음학의 한 영역인 ‘사후생’ 연구에는 ‘우리들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매우 중요한 연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죽음을 체험한 사람들의 삶의 변화’를 추적 조사한 네덜란드의 심장외과 의사 핌 반 롬멜(Pim van Rommel)은 그의 연구 결과를 세계적으로 권위가 인정되고 있는 의학전문잡지 란셋(Lafcet)에 발표 했습니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죽음을 체험한 사람들은 죽음을 체험하기 전보다 훨씬 관용적이며, 인생의 의미나 인생의 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살아갈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훨씬 많아지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살아난 그들의 인생이 ‘긍정적’으로 변화되었음을 보게 되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즉, 죽음학의 연구를 통해, 죽음이란 모든 인간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삶의 한 부분이며, 따라서, 죽음에 대하여 배우고, 죽음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으로부터 인생의 가치를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서 인간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인생인가에 대하여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삶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고 나의 인생을 늘 돌아보며 살아가는 삶, 이를 <웰리빙(Well Living)>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웰리빙(Well Living)>은 죽음이 들려주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배우고 깨우치면서 한순간 한순간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인생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인생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람이 자기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진정한 행복은,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가며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갈 때 얻어지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웰리빙>의 삶을 살아야 진정 아름답고 행복한 삶이라 할 수 있으며, 그럴 때, 우리는 한 순간을 살아도 참된 아름답고 행복한 삶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임영창 화순만나교회 목사/전남도립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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