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침묵

박현옥 시인의 마음자락 | 기사입력 2023/01/27 [15:02]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화려한 침묵

박현옥 시인의 마음자락 | 입력 : 2023/01/27 [15:02]

  © 화순매일신문


시궁창에도 기어들어 가질 못할

언어들이 가슴을 헤집고 다니며

쓰레기 소각장에서도 태워지질 않을

위선의 미소가 춤을 춘다.

 

용광로 속에서도 붉게 타오르지 않을

닫힌 냄새나는 몸뚱어리는

냉기에 점점 감각을 잃어가고

 

놓지 못한 인연의 오랏줄이

숨통을 조여와 희미해진 의식은

화려한 네온 사이를 빠져나가는

어둠 속에 묻혀버렸다.

 

2012. 허수아비 벽화를 보며

 

벽화에 갇혀서 할 말 못 하는 허수아비나

사지(四肢) 멀쩡하니 돌아다니며 할 말 못 하는 사람이나 별다를 게 없다.

 

오래전 썼던 한 편의 시()가 마음을 잡아 놓고 시인을 나무란다.

눈이 있고 귀가 있으면 뭐하나!

입이 없고, 살아 숨 쉬는 심장이 없는 것을.

 

그렇다. 우리는 눈감고 입 다물고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속이 썩어 문드러지고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은 순간에도 토해내고 싶은 섞은 숨을 쉬고 살고 있다.

 

햇살 고운 날에 꽃이 피면 그 꽃향기에 취해 볼 날을 꿈꾸며, 꾸역꾸역 하루를 살아 내는 것이다.

 

박현옥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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