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을 기원하는 쌀밥이 주렁주렁”

화순읍사무소 이팝나무 ‘배고팠던 시절의 추억’이…

최순희 전남문화관광해설사 | 기사입력 2023/05/08 [08:01]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풍년을 기원하는 쌀밥이 주렁주렁”

화순읍사무소 이팝나무 ‘배고팠던 시절의 추억’이…

최순희 전남문화관광해설사 | 입력 : 2023/05/08 [08:01]

  © 화순매일신문

안녕하세요. 화순을 이야기하는 수다줌마입니다.

 

오늘은 새하얀 꽃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남도의 명물 이팝나무 이야기입니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지요. 사방이 꽃들로 가득하고 날씨도 활동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그래서 가정의 달이기도 합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좋은 날은 모두 5월에 있습니다.

 

5월의 주인공은 단연 이팝나무입니다. 4월을 대표했던 벚꽃철쭉못지않은 자태입니다. 온 가지에 눈이 내린 듯 하얀 꽃들이 활짝 피면 장관입니다. 이팝나무의 학명은 치오난투스 레투사(Chionanthus retusa) ‘흰 눈꽃이라는 뜻입니다.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지요. 꽃 피는 시기는 4월 말에서 6월입니다.

 

꽃가루 알레르기도 걱정이 없답니다. 오해를 사기도 하는데, 꽃 피는 시기가 송홧가루와 버드나무 종자가 날리는 시기와 겹쳐서 생긴 현상입니다. 이팝나무는 수술이 화관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꽃가루를 밖으로 날리기 힘든 구조라 꽃가루에 예민한 이들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습니다.

 

쌀 나무나 쌀밥나무로도 불립니다. 꽃 생김새가 쌀과 닮아서 그럴 겁니다. 광주 5.18공원 거리에는 민주화 운동 때 주먹밥을 상징하는 이팝나무가 2km 넘게 심어져 있습니다. 그 이팝나무 이름에는 사연도 많습니다.

 

먼저 꽃 모양이 밥알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씨의 밥, 곧 왕조의 밥이라고 하여 이밥나무라고 칭하였습니다. 조선시대 벼슬을 해야만 왕이 내리는 쌀밥을 먹을 수 있었던 시절에 유래된 이름입니다. 지금은 쌀이 남아돈다 하지만 저 어릴 적만 해도 쌀은 귀했습니다. 어머니는 도시락을 쌀 때 보리밥 위에 쌀밥을 살짝 얹어주시곤 했습니다.

 

입하 때에 핀다고 입하나무라고 불리다가 이팝나무로 변하게 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지금도 전라도 일부 지역에서는 입하목이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꽃이 풍성하게 피면 그 해 풍년이 들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흉년이 된다하여 신목이라고 불렀습니다.

 

전설은 애틋합니다. 제삿날 제사밥을 처음으로 하는 며느리는 밥이 뜸이 잘 들었는지 주걱으로 밥톨을 몇 알 입에 넣었는데 못된 시어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는 착한 며느리를 날이면 날마다 못살게 굴더랍니다. 혼자만 쌀밥을 먹는다고. 구박을 못 이겨 며느리는 죽었고요. 묻은 자리에 나무가 자라 쌀밥 같은 꽃이 피었답니다. 쌀밥에 맺힌 한으로 죽은 며느리의 넋인 게지요.

 

피어 있을 때는 향기로 코를 즐겁게 하고, 꽃이 떨어질 때는 눈꽃같이 흩날리는 풍경으로 눈을 기쁘게 하는 이팝나무는 기념물로 지정되었습니다. 고유의 향토수종으로 물푸레나무과에 속합니다. 땅 심이 얕아도 잘 자라고 병충해에도 강하며 꽃도 좋고 공해에도 강합니다. 이 때문인지 가로수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대부분 정자목이나 신목(神木)의 구실을 하였으며, 꽃이 피는 상태를 보고 한 해 농사를 점쳤습니다. 습기가 많은 것을 좋아하는 이팝나무는 꽃이 많이 피고 오래가면 물이 풍부하다는 뜻이니 이와 같을 경우에는 풍년이 들고 반대의 경우는 흉년이 든다는 것입니다. 이런 나무를 우리는 기상목, 혹은 천기목(天氣木)이라 하여 다가올 기후를 예보하는 지표나무로 삼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이팝나무는 경남 김해시 주촌면 천곡리 신천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307호입니다. 김해 신천리, 광양 유당 근린공원, 고창 중산리, 신전리 이팝나무도 유명합니다.

 

화순이라고 빠질 수 있나요. 화순의 근대역사를 알려주는 읍사무소 앞에 200년 수령의 이팝나무 두 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연방죽이라는 화순의 명물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화순읍사무소 자리입니다. 여름이면 분홍빛 연꽃이 만발해 연꽃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습니다. 연못에는 붕어가 많아 큰 느티나무 밑은 낚시대를 드리우는 강태공들 차지였지요. 겨울에는 방죽이 꽁꽁 얼면서 얼음판 위에서 스키를 타는 사람들로 방죽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합니다.

 

연못 가운데에는 관풍정(觀風亭)정자도 있었답니다. 동국여지승람과 화순읍지에도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1984년 그 연방죽을 메우고 건물을 지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은 추억으로만 간직하게 되었답니다. 지금도 아쉬움을 토로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연방죽의 흔적이 바로 이팝나무입니다. 둑에 있었던 나무 두 그루가 지금도 읍사무소 앞에 남아 있습니다. 5월이면 하얗게 꽃을 피워 옛 시절의 그리움을 말하는 듯합니다.

 

녹음이 짙어가는 5월에 이팝나무가 풍성하게 피어 올해에도 풍년이 들기를 기원해 봅니다.

 

최순희 전남문화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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