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돌연변이 춘란이 돈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용돈 좀 벌어보자는 생각에 휴일이면 동네 뒷산을 쥐 잡듯이 뒤집고 다녔던 어린시절이 아련하게 떠올라 박람회장을 들어서면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벌써 5년째 개최하고 있지만 올해는 중국과 일본에서까지 참여한다고 하니 지난번과 달리 한껏 기대에 차 있었다.
나름대로 학창시절 난(蘭) 좀 안다고 썰 풀고 다녔던 ‘난’ 박사여서 주위사람들에게 엽예품, 화예품, 단엽종, 복륜, 중투, 호피반, 서반, 소심, 황화, 자금화, 두화, 기화 등등의 단어들로 우쭐대던 나를 떠올려 본다.
산채 활동 중 우연히 만난 ‘복륜’을 보고 넙죽 절을 하고 뿌리 하나라도 다치지 않게 손으로 흙을 파헤쳐 채집하여 2년여를 정성들였지만 결국 고사시켰는데 아직도 그때의 아쉬움과 황홀했던 기억이 꿈을 통해 나타나곤 한다.
그래서 난 꽃을 피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아야 되는지를 아는데 이렇게 많은 명품난들을 가까이서 아무 노력도 들이지 않고 감상한다는 게 너무나도 감사하고 분에 넘치는 기쁨으로 다가왔다.
2시간 넘게 하나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소장자의 정성과 애틋함이 오롯이 담겨있는 것 같아 고마운 마음과 한편으로 부러움도 느껴졌다.
화순군에서 난 박람회를 통해서 취미를 넘어 문화산업으로 발전시켜 지역 소득 작물로 육성한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일년내내 정성 들여 키운 난분에서 꽃순이 얼굴을 살짝 내밀면 그동안의 고생이 다 사라지는 희열을 느끼듯이 지금까지 개최한 ‘화순명품 난 박람회’를 통해 난 산업이 화순의 새로운 고소득 작물로 자리매김하기를 고대해 본다.
화순축협 향청지점장 배원선 <저작권자 ⓒ 화순매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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