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한 스푼 사치 반 스푼

나를 위한 특별한 커피 한 잔

김재근 객원기자의 맛담멋담 | 기사입력 2023/03/22 [08:01]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분위기 한 스푼 사치 반 스푼

나를 위한 특별한 커피 한 잔

김재근 객원기자의 맛담멋담 | 입력 : 2023/03/22 [08:01]

  © 화순매일신문


봄이다
. 며칠 전엔 비가 지났다. 나무에 푸릇푸릇 물이 오르고, 한 송이 두 송이 수줍은 꽃망울이 화사하다. 바람은 싱그럽고 하늘은 푸르다. 이런 날엔 커피가 그립다. 햇빛 넘나드는 창가면 좋겠다. 들들들... 소리에 이어 높게 날리는 향기, 속살거리는 햇살에 눈길 건네며 커피 한 잔, 위안이고 행복이다. 곁들이로 시도 한 편.

 

새벽잠을 깨우며

비가 내립니다

당신과 함께 걸었던

그 길에 비가 내립니다

 

커피 향기 가득한 창가에

그리움의 비가 내리고

움트는 꽃밭에

곱디고운 꽃 비가 내립니다

 

바람이 스치운 자리

꽃잎 진 그 자리엔

당신의 미소 닮은

꽃잎이 피어납니다.

 

박현옥, ‘단비’, <사랑한다는 말로도>, 도서출판 시음, 2012

 

  © 화순매일신문


우아(luxury)하게 때로는 분위기(mood) 있게 커피 한 잔 그리울 때가 있다. 특히 오늘 같은 날엔 나를 위한 특별한 커피가.

 

광고를 보면 커피 한 모금 마시고는 이런 말을 한다. “이게 진짜 커피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이게 되질 않았다. 내 혀가 잘못된 줄 알았다. 절대 미각은 아니어도 나름 쓸만하다고 평가받은 혀인데 아직은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밥보다 비싼 커피를 제대로 맛있게 즐기고 있는가도 궁금했다. 맛있다고 소문 자자한, 무슨 대회를 제패하여 이름 드높은 곳을 순례하듯 답사했다.

 

객관적 평가를 위해서 맛을 수치화시키기로 했다. 자료를 모았고 바리스타와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경험도 보탰다. 커피 맛의 비밀은 생두 70% 로스팅 20% 추출 10%에 있다고 한다. 품질 좋은 생두(生豆)를 특성에 맞추어 제대로 볶아 낸 원두(原豆)라면 누구라도 쉽게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마실 수 있다는 의미다. 세 가지 조건을 하나씩 살펴 점수를 부여한 후 최하 점수를 합하여 기본이 되는 맛을 추론했다. 소비자의 입장을 벗어나지 않았다.

 

먼저 생두다. 다들 최고 등급의 생두만 엄선하여 사용한다고 한다. 믿는다. 그렇다면 생두가 맛에 관여하는 부분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70점이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분류상 또는 유통이나 보관 중 잘못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어 3%의 불량을 인정했다. 최소 67.9점에서 최대 70점 사이 어디쯤일 것이다.

 

다음은 로스팅이다. 커피 볶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대단하다. 조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한 자세와 의지에 경외심을 느끼곤 한다. 장인의 표상이다. 하나의 흠도 없는 완벽 그 자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이것도 사람의 일인지라 3%의 잘못 정도는 있을 수 있다. 최소 19.4점에서 최대 20점이다.

 

마지막으로 바리스타다. 그들의 열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까. 전체 커피 맛 중 10%인 추출에 쏟는 그 정성과 기술에 숙연해진다. 원두를 분쇄할 때 칼날이 미치는 온도는 말할 것도 없고 물의 온도 추출 시간까지 섬세하게 통제한다. 그 완벽함에 박수를 보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더라도 이것도 사람의 일, 그날 기분 따라, 날씨 따라 잘못될 수 있으니 이 부분은 5%의 실수까지 인정하였다. 9.5점에서 10점 사이다.

 

최저 점수를 전부 합산하니 96.8점이 나온다. 100점 만점에 이 점수면 한우로 치면 최고인 1++(일투플러스)등급 No.9(넘버 나인)이다.

 

혀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전기밥솥에 설명서대로 밥을 해보면 안다. 누가 하든 거의 비슷한 맛이다. 쌀 품질이 형편없이 나쁘지 않다면 말이다. 확실하게 구분되는 맛없는 커피는 사기당했다는 걸 수치가 증명한다. 좋은 생두를 바르게 로스팅한 원두라면, 커피 내리는 실력이 중간치라 하더라도, 집에서도 최소 92.3점 이상의 브루잉(Brewing) 커피를 즐길 수 있다.

 

  © 화순매일신문


브루잉(brewing)커피를 만들다는 뜻이다. 흔히 핸드드립용이라고 하는 클레버, 프렌치 프레스, 모카포트, 사이폰 등 각종 드리퍼와 커피메이커, 콜드브루 메이커를 도구로 활용한다. 뜨겁든 차갑든 커피 성분을 추출한 것을 모두 브루잉 커피라고 보면 편하다. 대개는 가정에 에스프레소 머신을 갖추고 있지 않아 브루잉만 이야기했다. 에스프레소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여러 집 커피를 놓고 맛있는 순서대로 고르라고 했을 때 전문가라도 열이면 열 다 같지 않다. 그래야 맞다. 자기 입맛에 맞는 게 최상의 맛이다.

 

나만을 위한 위로가 필요할 때, 뭔가 아쉬움이 남을 때, 100점 이상의 맛을 원할 때, 그런 순간이 있다. 산업기밀을 발설해도 되려나 모르겠다. 음식을 평가할 때 기준이 없는 사람은 양, 조금 가진 사람은 맛, 아주 잘 사는 사람은 분위기다. 커피는 다른 게 필요하다.

 

소중한 날 격조 높은 커피 한 잔 원한다면 분위기(雰圍氣) 한 스푼 사치(奢侈) 반 스푼넣어 보자. 당신의 커피가 아주, 특별해진다.

 

*‘맛담멋담은 오늘을 살피어 내일을 다듬는, 화순(和順)의 산물(産物) 인물(人物) 문화(文化) 음식(飮食) 이야기[]. 네이버 블로그(cumpanis) “쿰파니스 맛담멋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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